배고픔에는 장사가 없다


<---- (데모를 위해서 모이는 사람들)


6월은 무척이나 바뻤던 한 달이었다. 육신적으로도 바쁘게 지냈지만, 마음이 더 바쁘게 느껴졌던 한 달이었다. 무엇보다도 의료 선교관을 시작하기 위한 보사부 허가를 위해서 바쁘게 지냈었다. 결국에는 허가없이 시작하는 경우가 되었다. 긴 이야기를 줄이자면 이렇다. 1년 6개월 전에 극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섰다. 그리고 집권당의 중요한 공약 중에 세가지를 추린다면 다음과 같다. ‘범 국민 교육혜택, 범 국민 의료 혜택, 굶주림 퇴치’.

범 국민 의료 혜택을 개선하기 위해서 보사부의 모든 정책을 바꾸는 과정에 있기에 지난 6개월간 보사부의 행정이 마비된 상태라고 설명한다. 말하자면 좋은 의료 혜택을 위해서 현재 업 그레이드 하는 중이라 모든 행정을 중단하고 준비 중이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허가가 없어도 서류만 완벽하게 준비해서 제출한 후에는 진료는 시작할 수 있다’는 언질을 받았다. 어려운 준비 끝에 찾아가서 얻어낸 정보라 너무 허탈했고 속도 상했다. 하지만, 이것도 하나님의 은혜의 손길라고 생각된다. 시작해 보면 분명히 모자란 부분들이 드러날테니 말이다. 좋으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손해 되는 일을 허락하실 이유가 없다. 축복, 아니면 축복을 위한 연단, 그 둘 중에 하나가 분명하다.

현재, 세 가지 공약 중에서도 배고픔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식량의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식량 문제는 국제 산유 가격과 연관되어 있고, 국제 산유 가격은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가 공통적으로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그렇기에 반드시 현정권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는 아니지만, 현정권을 향한 국민들의 불만이 위험 수위에 올라와 있다. 사실이지, 미국과 같은 경제 대국에서는 식료품의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식사의 양을 줄이거나 끼니를 줄이는 경우는 아니다. 단지 메뉴에 차이가 생길 것이다. 일주일에 고기를 세번 먹었던 경우였다면 두 번이나 한 번으로 줄여야 하는 경우일 것이다. 물론 그 보다 어려운 경우도 없지 않겠지만, 일반적인 경우를 말하자면 그렇다. 반면에 니카라과에서는 요즘은 끼니를 줄이는 가정이 일반적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배고픔에는 장사가 없다.

올해 4월에 책임맡아 섬기고 있는 하얄리야 초등학교에서 설문 조사를 한 후에 받아야 했던 질문 공세를 보아도 국민들의 민생고를 이해할만 하다. 잠시 방문했던 김자비 (가명) 집사님 으로부터 ‘어린 학생들에게 급식을 하느냐?’는 질문을 있었고, ‘우리 학교는 급식 프로그램이 없습니다.’라고 답변해 드렸다. 그 답변에 답답하셨던 자비 집사님께서는 ‘이런 가난한 지역에 급식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라고 질문을 했다. 사실 그 질문에 대해서는 나도 자신있게 “예, 필요 없어요” 대답할 수 없던 경우라, ‘한번 교장 선생님께 여쭈어 보죠’ 라고 답변을 한 후에 교장 선생님께 학생들에게 한번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남겼던 적이 있다.

물론 교장 선생님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얻기 위하여 학부형 회의에서 성실하게 같은 질문을 했다. 그리고 일반적인 물가 상승, 특별히 곡물가의 상승으로 인하여 경제적 압박감에 숨통이 막혀 있던 학부모들 사이에는 예상치 못했던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앞으로 학교에서 아이들의 급식이 있을 것이다.’ 누가 심심해서 헛소문을 퍼트린 것은 아니다. 단지 어려움에 처해 있던 학부모들이 짚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들의 바램을 집단적으로 표현하다 보니까 마치 결정된 것과 같이 그런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얼마 동안은 학교에 나가기가 불편했다. 마주치는 학부모마다 ‘급식은 언제쯤이나 시작합니까?’라는 질문이 인사보다 앞섰다. ‘그런 결정은 없습니다.’라고 사실 그대로 답변할 때마다 바라봐야 하는 실망의 눈빛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제는 그런 소문이 더 이상 돌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도 나에게는 한 가지로 힘들다. 질문을 할 때는 그들의 눈 속에서 기대와 활기을 보았는데, 이제는 실망와 아픔이 보이기 때문이다.

새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 선 후에 국민들의 기대는 “Hambre Zero - Zero Hunger’, 즉 배고픔이 없는 나라였다. 그런데 도리어 배고픔은 더욱 심해졌다. 물론 잘못된 경제 정책과 극 사회주의 체택으로 인한 국제적 고립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이 큰 몫을 했다. 배고픔에는 정말 장사가 없다. 요즘 발표된 대통령 신임도는 20프로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배고픔이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였지만 민중 데모까지 시작되었다. 6월 19일에 있었던 반정부 데모는 그 규모가 만명을 넘어섰다는 주최측의 발표가 있었다. 세 가지의 요구가 있었다. “배고픔 반대”, “고물가 반대”, “독재 정치 반대” (Against Hunger, Against High Living Cost, Against Dictatorship)

사실 작년만 해도 이런 식으로 백성들이 거리로 튀쳐 나오는 경우는 없었다. 배고픔을 정치화하는 단체들의 소행이기도 하지만 국민들의 심기가 요즘은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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