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quilo - 트랑킬로


니카라과에 비가 쏟아 부은지 4일째 되었다. 동쪽 에 태풍이 오고 있나 보다. 동쪽 해안으로 태풍이 올 때마다 서로 약속을 했듯이 서쪽에는 몇 일동안 비가 쏟아진다. 이럴 때면 무숙자 식구들이 걱정된다. 특별히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걱정된다. 어디서 밤을 보내실까? 우기가 찾아 올 때마다 늘 걱정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또는 할 수 없는) 내 자신에 대해 속상할 뿐이다. 몇일 동안 어린이 인성 교육 센터의 아이들도 보이지 않는다. 소낙비가 오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결석한다. 삼십 명까지 오던 아이들이 겨우 대여섯 명의 아이들만 찾아 온다.

마나구아가 수도이지만 하수도 시설 등등 기반 시설이 열악한 나라다. 그래서 큰 사고를 격을 수있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마비가 쏟아지면 아이들은 학교 조차도 가지 않는 것이 일반이다. 이런 때에는 으슬으슬한 추위(시원함?)에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즐비 하다. 자연을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연약함과 한계를 다시금 인정케 한다. 반면에, 비가 와서 감사 한 것들도 있다. 일년 내내 더운 니카라과에서 가끔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다. 덕분에 선교 클리닉도 바뻐서 감사하다. 감사와 평안는 이곳 니카라과의 형제들이 나에게 가르쳐 준 큰 인생의 교훈이다. 니카라과 사람들은 보고 있으면 절로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어떻게 저런 상황 속에서도 기쁨과 감사함 가운데 평강을 유지 할 수 있을까?”

평안을 사랑하는 니카라과 백성들은 “Tranquilo -트랑킬로”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영어로 직역하자면 ‘Quiet’ 이고, 우리말로 하자면 ‘잠잠한’이라는 형용사라고 하면 되겠다. 말하자면 큰 흔들림이 없는 수면의 잠잠함, 큰 변화없는 날씨의 고요함과 같은 것이라고 이해하면 좋다. 자신의 삶이나 마음에 큰 흔들림이 없는 상태를 표현할 때, “트랑킬로”라고 말한다. 무슨 사건이 생긴 후에 ‘괜찬냐’는 질문에 일반적으로 ‘트랑킬로’ 로 답한다.– ‘별 일없습니다. ‘ ‘마음이 평안하다’라는 뜻이다. 무숙자 선교관에서 늘 일어나는 서로간의 말다툼이 있은 후에’괜찮냐’고 물으면 ‘트랑킬로’라고 답한다. – 마음에 흔들림 없이평강을 유지하고 있음을 뜻한다. 화가 날 만한 일을 당한 경우에 ‘어떠냐?’고 물으면 ‘트랑킬로’라고 답한다. – 그런 상황 가운데에도 평강을 유지하고 있음을 뜻한다. 약속 시간에 늦게 도착해서 미안한 마음에 ‘늦어서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면, ‘트랑킬로, 트랑킬로’라고 답한다. ‘괜찮습니다.’ 라는 의미다. 나도 요즘은 상대방이 늦어도 ‘트랑킬로’하는 마음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내가 손해 보고 살겠다’라고 작정하면 ‘트랑킬로’ 하지 못 할 이유가 없다. 상황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받아드리고 나면 ‘트랑킬로’ 하다.

상황을 받아드림에 익숙한 니카라과 백성들은어떤 일이 있어도 화를 내거나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드물다. 모든 상황에서 평강을 유지하는 지혜를 가지고 살아가는 선한 민족이다. 조그만 일에 언성을 높이고 화를 내는 우리 한국 민족에게 부족한 ‘트랑킬로’를 이 민족은 누린다.

주어진 상황에서 감사 제목을 찾고, 만약 감사함을 찾을 수 없다면 적어도 그대로 받아드리고 평강을 유지하는 삶을 이곳에서 배운다. 또한 발전과 풍요 속에서 살지만, 받아드리지 못함에서 유발되는 갈등과 복잡함, 두려움과 걱정, 후회와 불평 속에서 트랑킬로를 유지하지 못하고 사는 우리들의 삶을 반성한다.

그러나 진정한 ‘트랑킬로’는 하늘의 선물이다. 다른 선택의 여지없어서 숙명적으로 받아 드려야 하기에 받아 드리는 니카라과 식의 평강이 아니라, 평강의 주님이 우리 삶의 주인이심을 아는 지혜와 그에게 모든 상황을 맡길 수 있는 믿음으로 살기에 누리는 믿는 자들의 평강이 진정한 평강이다. 평강을 잃지 않는 삶이 믿음의 삶이며 진정으로 복이 있는 자의 삶이다. 전도서 4장 6절의 말씀이다. “두 손에 가득하고 수고하며 바람을 잡는 것보다 한 손에만 가득하고 평안함이 더 나으니라”

우리 모두가 데살로니아 후서 3장 16절의 축복을 누리기를 기도한다. “평강의 주께서 친히 때마다 일마다 너희에게 평강을 주시고 주께서 너희 모든 사람과 함께 하시기를 원하노라”
오늘도 장마 비 속에 함께 쏟아 부어 주시는 주님의 평강을 느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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