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서 목회의 기쁨

친애하는 후원자님들께,

주님의 사랑으로 평강을 전합니다.

바울은 빌립보서 4:1 절에서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고 사모하는 형제들 나의 기쁨이요 면류관인 사랑하는 자들아 이와 같이 주 안에 서라.” 라고 권면을 합니다.  빌립보 교인들을 나의 기쁨이요 면류관이라고 부르고 있는 사도 바울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선교사로서의 사도 바울이 아니라 빌립보 교회 성도들을 돌보는 목회자로 등장합니다.   목회자의 심정으로 쓴 이 서신에는 사도 바울의 사랑이 고스란히 드러고 있습니다. 옷감 장사 루디아를 강가에서 전도했고, 감옥에 갖혀 있는 동안에 간수를 회심 시켜서 함께 시작한 교회의 성도들을 향한 목회자 사도 바울의 사랑이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선교사로서 이곳 메리다에서 지나다가 도움이 필요한 디치아 장로 교회를 선교사가 아니라 목사로서 돕기 시작한지가 2개월이 지났습니다.  쿠바의 사역과 신학교 사역으로 인해 매 주일 참석과 설교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씀을 드렸음에도 “성찬을 집행해 주실 목회자가 없습니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부탁하시던 연로하신 장로님들의 요청을 받아 드려 담임 아닌 담임으로 섬기기 시작했습니다.  

설교를 준비하는 것은 목사로서 일주일 내내 크게 부담이 됩니다.  특별히 완벽하지 않은 언어로 설교를 준비하기에 걱정이 늘 있습니다.  그런 걱정되는 마음을 연로하신 여러 장로님들이 계신 곳에서 넌지시 내놓으며 여쭈었습니다.  ‘제가 전하는 설교에 은혜는 받으십니까?’ 답변을 하지 못하시고 바라보고만 계신 장로님들의 얼굴을 보며 ‘아이고 내가 실수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난감해 하고 있는 그 때, 마누엘 장로님께서 모두의 침묵을 깨고, ‘목사님, 너무 많은 은혜를 받고 있습니다. 목사님 말씀은 우리에게 새롭습니다’ 라는 덕담을 해 주셨다.  그리고 함께 하고 계신 장로님들은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그떡이셨습니다. 역시 하나님의 말씀은 문화와 사상을 초월합니다. 개개인의 경험을 초월해서 우리 존재의 골수를 쪼게십니다.  언어도 초월하고, 우리의 부족함도 넘어서 말씀은 스스로의 능력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심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놀라울 뿐입니다. 성도님들이 은혜를 받았다는 말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채워집니다.  목회자의 기쁨입니다. 성심 성의껏 준비한 음식을 먹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너무 맛이다고 할 때, 음식을 준비한 본인이 누리는 기쁨과 감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말씀을 듣고 은혜를 받는 성도들을 보면서 누리는  목회자의 이 기쁨을 선교사로서 오랫만에 마음에 담아 봅았습니다.

한 달 전에는 다위드 장로님의 부탁으로 함께 심방을 다녀 왔습니다.  교인이었던 부인을 6년 전에 암으로 먼저 보내고 혼자 계시는 82세의 독거 노인 댁입니다.  이곳은 아직도 대가족 중심인 사회이기에 아들 집이 바로 옆이고, 몇 골목 떨어져 사는 딸이 매일 드나듭니다.  그리고 시골 동네라서 동네 사람들이 오고 가며 인사 드리는 그런 동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의 독고 노인은 없습니다.  하여간 다위드 장로님이 지난 6년간 시시 때때로 심방을 가서 예수 믿으라고 전도했던 노인이라고 설명을 해 주시며 함께 심방을 갔습니다.  외국인 선교사인 나를 맞이하신 플로레스 노인은 너무도 당당했고 초연했습니다. ‘사실 그 나이에 무엇을 신경 쓰시랴? 당연히 당당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며 한 시간가량 이런 저런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복음을 나누었습니다.   잠시 감옥 생활 할 때 사용했던 방식으로 복음을 나누었습니다. ‘내일 아침에 눈을 뜨지 못하면 어디로 가리라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전도 방식입니다. 죽음을 바로 곁에 두고 사는 사람들에게 깊이 다가오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음을 제시한 후에 예수 영접하시렵니까? 라는 질문에 지난 6년간 답이 없었던 노인의 입에서 서슴없이 ‘예’라는 답이 튀어 나왔습니다. 함께 손을 잡고 영접 기도를 드리고 마쳤습니다. 목회자의 또 다른 기쁨입니다. 심방을 통해서 복음을 나누고 구원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것입니다.  
6년의 전도 만에 영접한 82세의 플로레스 성도님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올 준비를 하는데, 권사님이 나를 붙잡으며 질문하십니다..  ‘오랫만에 나온 자매가 있는데 상담을 원합니다. 목사님 시간 좀 내 주실 수 있나요?’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는 가비(Gabi)라는 자매가 신혼 부부의 갈등으로 인해서 겪는 아픔을 이야기 합니다.  자기는 잘 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남편이 마음을 열지 않고 있고 대화가 없어서 너무 속상하고 답답하다고 합니다.  집사람과 함께 30분 이상 그 자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함께 기도하며 주님의 역사하심을 간절하게 기도하였습니다.  눈물로서 함께 마친 기도 후에 위로와 격려를 받은 가비 자매를 보면서 목회자가 누리는 감사와 기쁨을 마음에 가득 담고 교회를 떠났습니다.  

사도 바울의 서신을 살펴 보면, 성도들로 인해 많은 아픔이 있었지만, 그들로 누리는 기쁨 또한 서신에서 간간히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목회자들에게는 아픔도 있지만, 누구도 누리지 못하는 기쁨도 많습니다. 데살로니가 전서 2장 17절에서는 “형제들이여 우리가 잠시 너희를 떠난 것은 얼굴이요, 마음이 아니니...” 라고 말하며 자신의 성도를 향한 목회자 바울의 간절함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목회는 진정으로 마음으로 하는 사역이다. 목회자로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섬김의 기회가 문화와 언어가 다른 선교지에서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기쁨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후원자 여러분들의 기도와 후원을 통해서 쿠바의 목회자와 메리다의 신학교와 이곳의 교회들을 섬길 수 있는 선교사의 삶을 살아 가고 있습니다.  늘 여러분들을 기도 중에 기억하며 은혜와 사랑이 풍성하신 성삼위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삶에도 주님으로 인한 기쁨과 감사가 늘 가득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축복합니다.


기도 제목을 나누며 같은 마음으로 기도 부탁드립니다.

  1. 아버지를 기뻐하게 하시는 선교가 되고, 성령에 순종하는 선교가 되며, 예수님만 전하는 선교가 되도록
  2. 선교사나 현지 사역자나 후원자나 할 것없이 모두 오직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고 하나님만 바라보고 그의 영광만을 찾는 사역이 쿠바와 니카라과와 멕시코에서 이루어지도록
  3. 목회자로 섬기고 있는 멕시코의 현지  디찌아 장로 교회가 하나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하여 그 사랑을 힘있게 전하는 교회로 성장하도록
  4. 니카라과의 엘파라이소 교회가 안정되어지고 성장되어서 어려운 지역에 소망을 제공하는 교회가 되도록
  5. 결혼을 앞두고 있는 두 딸과 대학 2학년을 맞이하는 아들에게 주님을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이 생기도록
  6. 한미경 선교사와 전구 선교사의 영적, 육적, 정신적 건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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