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부른 이야기


예전에 한국의 어느 대학 총장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분은 육이오 전쟁 이후 가정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구두통을 메고 하루 벌이를 하여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어떻게 운(?)이 좋아서 선교사의 눈에 들게 되었고, 그런 인연으로 인하여 하나님을 알게 되고, 결국 공부도 하게 되고, 나중에는 유학까지도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선교사님을 만나게 된 것이 바로 하나님의 보살피심이었고, 그 만남을 시작으로 자신의 인생에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하면서 만남이라는 것이 하나님의 큰 축복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신 글을 감동 깊게 읽은 적이 있었다.

무숙자 사역관에도 가끔 구두통을 메고 밥벌이가 잘 되지 않아서 찾아 오는 아이들이 있다. 끼니는 때어야 할 것이기에 돈 없이도 먹을 수 있는 우리 무숙자 선교관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당연하다. 그들에게 섞여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매일 30명 이상의 아이들이 배고픔을 달려면서 줄을 서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언제부터인지 그들의 배고픈 배를 채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걱정이 앞섰다. 어쩌면 두려움이라는 것이 더 솔직한 심정이다. 저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다면 언젠가는 이 길바닥에서 본드 병을 입에 물고 나타날 것이 불보듯 하기 때문이다. 그 때에 누구를 탓할 것인가? 이 비러먹을 사회 구조를 탓할 것인가? 아니면 무책임한 부모들을 탓할 것인가? 아니면 나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인가?

이곳에 세워진 선교관을 통해서 마약 중독자, 술 중독자, 무숙자, 창녀들에게 한끼의 식사를 나누며 그들의 기본적인 필요를 채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곳에 드나드는 아이들이 그들과 같이 되는 것을 미리 방지하는 것 또한 중요한 사역이고 나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구상하기 시작한 것이 이곳의 아이들을 위한 아동 사역이다. 이 아이들을 부모와 같은 심정으로 돌보아 주자는 생각뿐이다.

말씀처럼,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것이 아버지가 기뻐하시는 참된 경건’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사회에서 버림 받은 자들,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자들, 아무런 권한도 행사할 수 없는 자들, 바로 이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베푸는 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신앙 생활의 모습이라고 말씀하신다.

어린 아이들을 끌어 들이기 위해서 아침 식사를 나누어 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아침마다 30명에서 50명 가량 모인다. 그 아이들에게 아침 식사를 주고 이곳 선교관에서 놀기를 원하는 아이들을 모았다. 그리고 그들과 놀면서 가르치기 시작했다. 벌써 2달이 되어 간다. 그 동안 많이 모이면 삼십 여명, 적게 모일 때는 십여명씩 모인다. 그래도 이제는 자리가 잡혀서 정기적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생겼다. 그 아이들은 이곳에 오는 것을 좋아 한다는 뜻이다.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미래의 고백 속에 한국의 어느 대학 총장과 같은 내용이 담기기를 바란다.

생각만 해도 배 부르다. 이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그들의 인생을 마치지 않는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본드 병으로 입을 막고 있지 않고, 짧은 치마에 짙은 화장으로 내 앞에 나타나지 않고, 촛점없는 눈으로 주정거리며 나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 배가 부르다. 마약 구입비를 구하기 위해서 좀 도둑질 하다가 얻어 맞아 눈퉁이가 시퍼렇게 되어서 나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도 절로 신이난다. 더 나아가서는 학교를 보낼 상상을 하면 너무 기쁘다. 이들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자라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이웃을 섬기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오늘도 이 아이들을 보면서 배 부른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한 아이가 와서는 ‘피냐타 파티’를 해 달라고 조른다. 나무 가지에 메달아 놓은 종이 인형에 속에 사탕을 가득 넣고 막대기로 때려서 종이 인형이 부서지게 하는 놀이다. 그러면 안에 있는 사탕이 쫙 쏟아져 땅에 떨어지고 아이들을 환호성을 치며 사탕을 줍는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의 생일 잔치의 피날레로 하는 행사다. 내일이면 그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더 배부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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