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보다 못한 선교사

예배를 원하는 호세와 요란다.
잠자리에 들 때 마음에 평안이 있으면 하루를 잘 살은 것이고, 겨울을 맞이할 때 마음에 맺힌 것이 없으면 일년을 잘 지낸 것이고, 노년에 감사할 것이 많으면 인생을 잘 산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한 사람 인생의 점수를 결정할 만큼 감사하는 마음은 중요하다.  지나가는 한 해를 지내면서 늘 그랬듯이 감사할 이유가 많았다.  그리고 이제 새롭게 주어진 2014 년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다시 한번 일년을 허락 받은 것 자체가 축복이다.  길지 않은 인생을 가치없는 일에 시간 을 소비하기는 너무도 짧다.  자신에게 기쁨과 감사할 이유를 가져다 주지 않은 일을 하며 살기에도 너무 짧다.  사랑하기도 짧은데, 미워한다는 것은 낭비 중에 낭비다. 기뻐할 시간도 넉넉치 않은 인생인데 슬픔 일에 붙잡혀 사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  때로는 과거도 끊어 버려야 한다.  주어진 현재의 축복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감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불평하며 사는 것은 하나님을 향한 교만의 손가락질이다.  꼭 해야 하는 일인데 하지 못하는 아쉬움과 후회로 사는 것도 용납되기에 너무 짧은 인생이다.


요즘은 2014년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지낸다.  나의 마음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아쉬움이 다시 움틀거린다.  니카라과에 처음 오면서 시작했던 시장 노숙자 사역을 어쩔 수 없이 접어야 했던 일이다.  일년이 지난 지금도 시장을 들릴 때마다 노숙자 형제와 자매들이 섬김을 필요로 하는데 하는 생각 때문에 마음 속에 아타까움이 늘 자리 잡았었다.  그래서 오늘 오전 병원 사역을 돌 본 후에 시간을 내어서 시장에 나갔다.  노숙자 친구들을 찾아 보기 위해서다.  그들을 찾는 것은 너무 쉽다.  그들이 있는 지역은 정해져있다.  가게가 없는 지역에 모여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잔돈을 구걸한다.  때로는 시장을 본 후에 큰 짐을 들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도와 주고 푼돈을 얻는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같은 지역에서 적당한  자리를 찾아 긴 밤을 지낸다.  긴 밤은 그들이 이길 수 없는 무서운 적과 같다.   


노숙자 형제들 몇을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는 편한 길을 찾아가는 물줄기와 같다.  우리는 함께 노숙자 센터 이야기로 흘러갔다.  노숙자 센터에서 맛있는 밥 이야기와 선교팀이 그들을 돌보아 주었던 이야기가 화제가 된다.  이야기가 무르 익어가면서 그들에게 물었다.  현재 너희들의 삶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나는 ‘배고프다’는 이야기가 나오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 외의 답변이 나왔다.  ‘예배 드리고 싶습니다.’  아니 예배라니.....  나 자신이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다. 예상 밖의 답변에 감격되어 정신이 멍해질 정도였다. “예배????”  “예배????” 라고 몇 번 확인성의 질문을 던지는 나를 도리어 의아하게 쳐다 보았다.  ‘그렇습니다.  예배를 원합니다’고 다시 확인해 준다.  나 자신도 모르게 내 눈에 뜨거운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진한 감격이다.  많은 것을 누리는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필요한 것이 너무도 많은 노숙자 형제들이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더 좋은 것, 더 편한 것, 더 많은 것이 아니라 오직 예배, ‘하나님과 영적인 교제’였다.


우리는 더 좋은 것, 더 편한 것, 더 호사로운 것, 더 많은 것을 추구하기 위해서 영적인 것을 포기하지는 않는가?  나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과연 노숙자 형제와 같은 대답이 나올까?  “더 많은 예배, 더 은혜로운 예배, 진리의 말씀이 넘치는 예배, 예배, 예배, 예배, 예배.......”  이런 예배에 대한 간절함, 하나님과의 더 깊은 교제를 간절히 소원하는가?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있기에 귀한 것을 귀한 것으로 볼 수 없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누가복음 18장 25절의 말씀이 옳다.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하신 예수님 말씀의 의미가 이해되는 듯하다.  

올해에는 노숙자 형제들이 에배를 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노숙자보다 못한 영성을 가지고 노숙자 예배를 계획한다.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다.  ‘2014년 올해도 바쁘게 지나가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시 겸손하게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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