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랑이 아닌 하나님 자랑

(구입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는 의료 선교관의 전경)

선교 클리닉을 시작한지가 벌써 4년이 되었다. 섬기고 있었던 무숙자와 지역 주민들을 돌보기 위해서 시작했던 사역이었지만, 생각같지 쉽지 않았다. 의료비를 받으면 찾아 오지 않고, 의료비를 받지 않으면 너도 나도 할 것없이 모두 덤벼들었다. 더 힘들었던 것은 불평과 감사없음이다. 받는 것에 너무 익숙져 있는 그들의 입에서는 불평 뿐이었다. 불평이 불행을 낳는 것인지, 불행이 불평을 낳는 것인지? (감사가 행복을 낳는 것인지, 행복이 감사를 낳는 것인지?).

기도하고 기도해도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으시는 주님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선교 의료 사역을 시작한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아야겠다고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말하자면 클리닉 사역에 죽음을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죽음을 선포한 상황이 되어서야 주님이 찾아 오셨다. 나사로가 죽어 장사 되어기까지 기다리신 후에야 찾아 오셨던 것과 같았다. 무덤에 찾아 오셔서 나사로에게 새로운 인생을 주셨던 것과 같았다. 절망 속에도 소망의 줄을 놓지 말아야 하고, 죽음 속에서도 생명을 기대해야 하는 믿음을 갖게 하기 위한 가르침이다.

무덤에 들어가 있던 클리닉을 향하여 주님이 찾아 오셨다. 지역의 현지인 교회에서 제안이 들어 온 것이다. 교회의 건물이 비어 있는데, 그곳에 클리닉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썩어 냄새가 나는 실패의 상처을 가지고 다시 시작했다. 벌써 새롭게 시작한지 2년 반이 지났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결실을 맺고 있는 사역으로 변화되었다. 그 중에서도 여성 암 퇴치 사역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요즘에는 하루에 5명 이상의 여성이 암 검진을 받고 있다. 5월의 진료 스케줄이 다 잡혀있다.

여성 암 퇴치 사역에는 큰 의미가 주어진다. 가정의 여성을 돌보는 것이 가정을 돌보는 것이고, 이 땅의 아이들을 돌보는 사역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무너지면, 가정이 무너지고, 자녀들이 무너진다. 자녀들이 무너진 사회는 미래가 무너져 버린 사회다. 결국 여성을 돌보는 사역은 니카라과의 가정을 돌보는 사역이고, 미래를 보호하고 든든히 하는 사역이 되는 것이다. 클리닉 사역을 통해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다. 니카라과는 죽음의 땅이었다. 내전과 자연 재해과 경제적 착취로 죽음을 삶의 당연한 부분은 받아드리는 백성들이다. 죽음에 찾아 오시어 생명을 주시는 예수님을 나누고 싶다. 절망의 자리에 희망을 들고 찾아 오시는 주님을 나누고 싶다.

이제 의료 선교 사역에 또 한번의 변화가 찾아 오고 있다. 환자들의 증가와 사역의 요구로 장소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낀다. 말하자면 어린아이가 성장하고 있는데 소아용 침대에 눕히려고 다리를 굽히고 잠을 재우는 경우와 같다. 작업을 잘 하기 위해서 좋은 소프트 웨어가 필요한데 컴퓨터의 용량이 수용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격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지난 몇 달 동안 장소를 찾고 있던 중 얼마 전에 적절한 곳을 찾았다. 재정적으로는 물론 부담이 크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에 기도하며 결정했다. 이제 믿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선교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을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다는 멋진 목표를 걸어 놓고, 선교라는 박수 받을 만한 이름을 내걸고 마귀적인 자기 성취(자기 자랑)를 위해서 열심을 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가장 어렵다. 자기 성취를 위해서 종교적 열심을 내며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성도 아닌 종교인이 있을 수 있고, 열심으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 아닌 인본 주의 종교 전문인들도 있을 수 있다. 하나님의 이름을 내걸고 있느냐가 관건이 아니라, 진정으로 누구를 섬기느냐에 있다. 교회의 이름을 내걸고 이기주의적 집단이 될 수 있는 것과 같다. 포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 의료 선교관의 구입을 결정하면서 많은 내적 성찰의 과정을 거쳤다. 내 안에 거하시는 예수의 영이 개인의 자랑과 욕심과 이익을 추구하는 영을 누르시기를 기도하며 이 결정을 통하여 진정한 선교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소원한다. 나의 자랑이 아닌 이 백성의 자랑,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의료 선교원이 되기를 소원한다.

댓글

Oldman님의 메시지…
하고 계시는 사역 자체도 힘드실텐데 자신과의 영적싸움도 치열하게 겪어내시는 모습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저도 같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목사님, 혹 주위에 조만간 미국을 다녀 가시거나 아니면 미국에서부터 계신 곳을 방문하시는 분이 계신지요? 마나구아에서 지역교회를 도우면서 무숙자들을 보살피는 평신도사역자 한국분(http://luzadminsh.blogspot.com/)이 계시는데 그 교회에 예배를 도움이 될 수 있는 간단한 기기들을(20-25파운드정도) 보내드리려 하는데 운송비가 엄청나네요. 관련한 제 블로그는 http://oldman-james.blogspot.com/2012/05/laboring-in-field-at-age-of-15-and.html 입니다.
안 장로님,
잘 지내시고 계시죠?
저도 오늘에서야 블로그를 읽어 보았습니다. 말씀하신 정 선교사님께서 어제 다녀 가셨어요. 가끔 서로 연락하면서 지내는 좋은 사이입니다. 변질되지 안은 모습으로 순수하게 열심으로 사역하시는 분이시죠. 저에게 오시는 선교사 팀들이 여름 기간 중에 몇이 됩니다. 아마도 6월 말 경에 죠지아 어거스타에 있는 감리 교회의 선교팀에게 부탁드리면 될 것 같아요. 제가 그 교회와 확인해 본 후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늘 관심을 가지고 섬겨주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뵌지도 오래 되었네요. 언제 한번 뵙기를 기대합니다. 늘 강건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Tranquilo - 트랑킬로

안식년을 마치며

니카라과의 교육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