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질그릇의 축복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능력의 심히 큰 것이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 (고린도 후서 4장 7절)”
지난 주간에 일이 있었다. 모든 짐을 정리해서 숲키친 사역을 해 오던 곳에서 나와야만 했다. 지난 6개월간 사용해 왔던 건물이 매매 되었기 때문이다. 건물 주인되시는 돈 롬바르도씨께서 오래 전부터 건물을 팔려고 복덕방에 내 놓았다고 말씀해 왔는데 진짜로 팔린 것이다. 지난 목요일에 나가 봤더니 다음 주부터 이곳을 사용 할 수 없으니 모든 짐을 옮겨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섭섭하지만 그래도 여태껏 사용하도록 대여해 준 것에 감사하며 축복하는 마음으로 짐을 옮겼다.

오늘은 늘 사역해 왔던 건물 근처에 있는 조그만 사업처에 부탁을 해서 음식을 준비할 수 있는 장소를 임시로 얻었다. 옷 수선을 하는 부부가 사는 집인데 평소에 잘 되지는 않는 서반어를 써가며 찾아가서 인사를 하고 지내왔던 사이였다. 그들에게 사정을 알리고 다른 곳을 구할 때까지 잠시 사용하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집 주인되는 남편은 무숙자들이 집 주위에 있으면 장사에 지장이 될 수 있음을 염려하면서 잠시 생각한 후 무숙자들에게 각별히 조심을 시켜 줄 것과 몇 번만 시범적으로 해 보자는 조건으로 허락했다.

평소에 식사를 준비하는 일은 전적으로 현지인 사역자들이 했는데, 이번에는 땅 바닥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상황이 되서 그런지 식사 준비가 지체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나 허리가 아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는 것을 보고 있다가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식사 준비에 뛰어 들었다.

큰 주걱으로 밥에 소세지를 섞어 넣어서 소세지 밥을 만들었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1. 니카라과 식으로 소금과 기름과 고추를 썰어 넣고 밥을 한다. 2. 케챂을 중심으로 하고 니카라과의 양념을 골고루 넣은 후 소세지를 큰 솥에 넣고 볶는다. 3. 니카라과 식 밥에 케챺 양념된 소세지를 넣은 후 골고루 비빈다. 4. 준비된 소세지 복음밥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나누어 준다.

위에서 3번 과정을 할 때 근육이 많이 필요하기에 내가 뛰어들게 된 것이다. 밥을 직접 비비면서 이곳의 무숙자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돈다. 오늘도 한 그릇 더 달라고 아우성 칠텐데…. 우리들 보기에는 눈에도 들어 오지 않을 이것을 조금 더 먹기 위해서 또 싸울 텐데…. 이것 한 그릇을 위하여서 아침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었나…. 악한 영의 역사가 이 땅에 팽배하니 가난한 자들이 이렇게도 많지….

오늘은 다른 날보다 지쳤지만 더 큰 기쁨을 누렸다. 자신을 비우고 더 많은 희생을 하면 할수록 더 큰 기쁨을 누리는 것이 일반적인 인생의 법칙이며 하나님이 정해 주신 영적인 원리다.
그리고 우리 자신을 비울 때, 기쁨이 클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이 내 안에 채워져서 내 힘이 아닌 하나님의 힘으로 주의 뜻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글을 읽으며 동감할 때가 있었다. “하나님의 뜻은 질그릇을 은그릇이나 금그릇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질그릇 속에 하나님께서 거하심으로 능력의 지극히 큰 것이 우리에게 있지않고 하나님께 있는 것을 알게 하려는 것이다”

이 어려운 기간으로 인해 낙심하지 않고 도리어 주님의 능력을 맛보아 아는 체험하는 은혜를 갖도록 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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