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의 소낙비


이곳 니카라과에는 열대 지방의 특성인 두 계절이 있다 . 우기와 건기이다. 우기는 6 월 쯤에 시작해서 9 월부터는 장대비가 하루에 몇 차례식 내리면서 온 도시에 물 난리를 가져 온다. 이렇게 11 월 중순까지 호되게 비가 내린 후 12 월 쯤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물 한 방울 없는 건기로 들어 간다. 마치 때쓰며 우는 어린 아이에게 사탕을 건네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금방 웃으면서 사탕을 빨아대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하겠다. 이렇게 12 월이 되면 날씨가 상대적으로 서늘해 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낮 최고는 85 도 이상이다) 일년 중 최고의 날씨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요즘과 같은 2 월 중순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면서 뜨거운 날씨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건조하기 때문에 짜증은 덜 나는 날씨이다. 3 월과 4 월은 낮 기온이 110 도까지 올라갈 때가 흔하다고 한다. 자동차 위에 계란 올려 놓고 익혀 먹을 수 있다는 시기이다.
우기의 불편함은 끈적거리는 것과 곰팡이다 . 너무 습기가 많다가 보니 집 안의 모든 것에 곰팡이가 쓴다. 특별히 가죽과 입었던 옷은 영락 없다. 나무 문짝은 모두 하얀 곰팡이가 점령을 한다. 특히 곰팡이 알러지가 있는 사람은 이 기간에 기침이 많다. 반면에 건기의 불편함은 뜨거움 외에 부족한 물 사태이다. 후진국의 형편이 모두 그렇지만 물이 부족하다. 특별히 건기에는 물 형편이 좋지 않아서 지역에 주택지인 경우에는 낮에는 물을 끊고 밤에만 물을 준다. 그래서 조금 신경 써서 건축한 집의 마당 모퉁이에는 큰 물 탱크가 높이 달려 있다. 수도국에서 물 공급을 중단했을 때에 사용하기 위한 비상용 물 탱크다.
어제는 새벽에 일찍 깨어 났다 . 빗 소리에 잠이 깬 것이다. 비도 이슬비가 아니라 소낙비였다. 우기에나 들을 수 있는 큰 비 소리였기에 새벽 일찍 잠에서 깨어 났다. 빗 소리가 너무도 신선하게 귀에 들려 온다. 2 월이면 건기에 들어 섰는데 이렇게 많은 비가 쏟아 지는 것에 감사하면서 자리에서 일어 나지 않고 계속 비 소리를 즐겼다.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비가 한번 왔으면 참 시원할 텐데 하는 바램은 늘 있었던 때였기에 마치 기도의 응답과도 같았다.
비 소리가 그렇게 좋았던 기억이 별로 없다 . 가뭄에 주어지는 비가 얼마나 시원한지를 느끼게 했다. 이런 저런 생각하면서 가뭄에 쏟아지는 소낙비의 시원함을 즐기고 있는데, 집 사람이 잠에서 깨면서 한 말 한마디에 정신을 차리고 급하게 밖으로 뛰어 나갔다. " 여보, 혹시 비상용 물 탱크에 물이 넘치는 것 아니야?"
아니나 다를까 , 비가 아니라 물 탱크에 물을 채우기 위해서 열어 놓았던 수도 꼭지 닫는 것을 깜박하고 잠에 들었던 것이다. 이번 달에는 수도 값이 쏟아진 장대비만큼이나 많이 나오겠다. 오늘은 수도꼭지를 반드시 잠그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고 기다리면서 이 글을 올린다.

p.s. 하나님의 축복이 아닌 것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착각하면서 지내는 경우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댓글

익명님의 메시지…
저는 무교입니다만 이 블로그는 굉장히 좋은 정보와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allblog.net이나 blogkorea.org 같은 곳에 등록하시면 좀 더 많은 한국분들이 접하고 의견을 제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좋은 글 올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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