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키친 사역을 시작하면서


오늘은 새로 시작한 숲키친 (Feeding Ministry)을 하고 간단한 내용과 사진을 나누려고 한다.

무엇을 시작한다는 것은 늘 쉽지 않다는 것을 또 다시 한번 느꼈고, 성령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이는 아마도 이 사역이 시작되지 못하였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일을 시작하시고 이루시는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새벽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리고 가기 전에 5시부터 일어나서 사역장으로 가지고 가야 하는 부엌기구를 정리하고 자동차에 실었다. 8시에 사역장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약속한 시간에 조금 늦었다. 현지인 사역자들은 벌써 도착해 있었다. 도착하면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약속한 건물 주인 할아버지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벽에 문을 열어 주시겠다는 할아버지는 종적을 찾을 수 없고, 사역 동역자들은 새벽 시장에서 장만해온 쌀과 야채들을 사역장 앞에 내려 놓고 마냥 기다리고만 있었다. 11시 쯤에 밥을 나누어 주기로 되어 계획했는데 벌써 늦었다.

거리의 아이들 중에 할아버지의 거처를 알만한 아이를 찾아서 할아버지가 어디에 계실지를 알아 보았다. 가끔 동생 집에 가서 주무신다고 한다. 그 아이를 태우고 할아버지 동생 집으로 달려갔다. 찾아간 곳에도 할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남의 속은 모르고 큰 자동차를 탄 아이는 좋은 기분을 감추지 못하듯 입가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는다. 아이를 기쁘게 한 것에라도 위로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사역장으로 돌아왔다. 9시가 넘었는데도 나타나지 않는 할아버지. 이제 시작을 해도 12시 전에 먹일 수 없다. 다시 동네를 돌아 다니면서 할아버지가 어디에 계신지를 알아본다. 별 소득이 없이 돌아 오는데 사역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상황인 즉, 할아버지가 엘레나(현지인 사역자) 집에 어제 전화를 걸어서 메시지를 남겨놨다고 한다. 건물 사용 허락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마음이 변하셨던 것이다. 78세 되신 할아버지가 자기 건물 앞에서 있을 수 있는 귀찮은 사건들을 생각해 보셨던 것이다. 물론 이해가 된다. 술꾼, 소매치기, 마약꾼, 매춘부, 길거리의 아이들이 몰려 든 그 현장이 평안할 수 만은 없다.

우리는 그 전화의 내용을 모르고 왔으니 오늘 하루만 허락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정말 몰랐냐고 재차 확인하신 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포기하시고 오늘만..이라고 다짐하시면서 건물을 지키고 있는 철제문의 큰 자물쇠를 풀으신다.

사역자들은 부엌 기구를 건물 안으로 옮겨 놓고 열심히 음식 준비를 한다. 부엌일을 도와 주시기 했던 동네 아주머니 둘이 나타나지 않아서 몇 안되는 사람들이 다 해야하는 상황에도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척척 해 내는 사역 동역자들이 고맙게만 생각된다. 이런 하나님의 사람들이 있기에 하나님의 사랑이 전해진다. 이런 하나님의 종들과 함께 일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며 현지인 사역자와 함께 건물 주인 할아버지 곁에 앉았다. 그의 마음이 이 숲키친 사역을 위해서 열리게 해 달라는 기도와 함께. (관련 사진 - 숲 키친 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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